분당의 아파트 관리소장, 박진수 씨에게 11월은 유독 피곤한 달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일상적인 업무에 더해, 그의 어깨 위로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는 커다란 짐이 얹혀졌기 때문이다. 

입주자 대표회의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구 사항은 늘 똑같았다.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은 더욱 화려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진수에게는 그 요구 사항이 마치 귀에 익은 노래처럼 매번 스트레스가 되었다.

어느 해, 진수는 몇몇 시공업체에 견적을 요청해봤지만 결과는 항상 실망스러웠다. 

2018년의 크리스마스는 특히 악몽이었다. 

너무도 화려한 장식에 입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했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식을 했나요?"라는 질문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다음 해, 그는 좀 더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했지만, 이번엔 너무 단조로웠다.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실망감을 표시했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진수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진수는 항상 크리스마스 시즌만 다가오면 불안해졌다. 

"왜 난 이렇게 크리스마스 장식에 서툰 걸까?" 그는 자책하곤 했다. 

관리소장으로서의 다른 업무에는 자신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장식만큼은 늘 그의 발목을 잡는 주제였다. 게다가 그에게는 미술적 감각이나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도 전혀 없었다.

그해 11월의 첫째주, 입주자 대표회의가 열렸다. 

겨울이 막 시작되었지만 벌써부터 입주자들은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있었다. 

“올해는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이 필요해요,” 한 입주민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는 이런 걸 원해요,”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요.” 

진수는 그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는 이번에도 실패할까 두려웠다.

그날 밤, 진수는 고민 끝에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디자인과 시공을 분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맡기자." 그는 혼자 결심하며 밤새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디자인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 

특히 디자인과 시공을 따로 진행함으로써 입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완벽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디자이너들을 찾아보았다. 

곧바로 견적을 의뢰하고, 그 중 과거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꾸준한 조명 회사 경영 활동을 한 '루미스페이스'라는 회사를 떠올렸다.

진수는 루미스페이스와의 미팅을 잡고, 그들에게 방문 요청을 하였다. 

루미스페이스의 대표는 과거 그가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트리를 시공했던 사람이었다. 

그 트리는 입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시공이었다. 

진수는 그들의 실력을 확신하며 상담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진수가 말했다. "우리 입주민들은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디자인에 서툴고, 항상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곤 했습니다."

루미스페이스 대표는 그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박 소장님. 저희는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당신과 함께 그 마법을 만들 것입니다."

진수는 그 말에 위로를 받았다. 

그동안 혼자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그는 디자인과 시공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되었다.

루미스페이스는 먼저 현장을 방문하여 디자인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이 원하는 분위기와 요구 사항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갔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세부적인 스케치가 완성되었다. 

눈이 흩날리는 듯한 LED 조명과 우아한 리본 장식이 어우러진 거대한 트리, 여기에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화려하지만 절제된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포함되었다.

진수는 그 디자인을 처음 보았을 때 감동을 느꼈다. 

"이거라면 성공할 수 있어," 그는 스스로 확신했다. 

그동안의 실패는 단순한 준비 부족과 전문적 도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12월이 되자 루미스페이스 팀은 아파트 단지 내 설치를 시작했다.

디자인에 맞춘 장식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갔고, 트리가 세워지는 순간, 주변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쏠렸다. 

입주민들이 하나둘 구경을 나왔고, 그들은 이번 크리스마스 장식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와, 이번에는 정말 대단해요!" 한 입주민이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수에게 찬사를 보냈다. 진수는 그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의 얼굴에 오랜만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왔다.

아파트 단지의 중앙 광장에는 눈송이가 내리고, 따스한 조명들이 반짝이며 입주민들을 맞이했다. 

트리는 하얀 눈을 닮은 장식들과 함께 찬란하게 빛났고, 아이들은 트리 앞에서 기쁨에 찬 표정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진수는 광장의 한쪽에 서서 그 모든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평온함과 뿌듯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의 실패와 좌절이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입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비로소 그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주자 대표도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올해는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였어요. 소장님,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우리 아파트가 이렇게 아름다워졌어요."

진수는 겸손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컸습니다."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지만 결정은 소장님이 내린 것이잖아요. 덕분에 모두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어요."

그 순간, 진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따스한 기운을 느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바랐던 것이었다. 

단지 예쁜 장식을 넘어, 모두가 함께 행복을 나누고 기쁨을 느끼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그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뿌듯했다.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지나갔고, 진수의 아파트는 그해 분당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자랑하는 단지로 소문이 났다. 

입주민들은 모두 행복했고, 그들은 다음해에도 루미스페이스와의 협력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진수는 처음으로 크리스마스가 두렵지 않았다. 

이제 그는 전문가의 손길과 함께라면 그 어떤 크리스마스도 성공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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