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 5층 영캐주얼 매장.

올해 3월 새로 고친 이 매장은 다른 곳보다 으슥하다. 조도(밝기)가 약 192럭스(lx)로 1층 화장품 매장(887lx)과 비교해 상당히 어둡다.

구불구불한 동선(動線), 곳곳에 세워진 유리벽도 눈길을 끈다.

최신 인테리어 경향을 보려면 레스토랑이나 백화점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백화점 등의 인테리어는 전구 하나, 소품 하나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조명, 동선, 유리벽 등 인테리어를 고객의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보이지 않는 판매사원’이라고 부른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1팀 문병관 부장은 “고객들이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조명과 동선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고객이 매장에 오래 있으면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클럽 같은 매장

“클럽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약간 어두운 곳에서 쇼핑하는 것을 즐깁니다. 통로를 어둡게 하는 대신 상품을 밝게 비추는 발광판 조명으로 포인트를 줍니다.”(신세계 마케팅팀 김예철 부장)

백화점에서는 조명도 ‘보이지 않는 판매사원’이다. 영캐주얼 매장은 클럽처럼 일부러 어둡게 만들어 놓는 식이다. 고객을 매장에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 화장품 매장(위 사진)의 조도는 887럭스인 데 비해 5층의 영캐주얼 매장은 192럭스로 어두운 편이다. - 감성조명, 감성매장, 콘셉트, 캐쥬얼 매장 조도, 롯떼백화점, 실내조도, 백화점조도, 백화점 실내조도, 측정치, 현대백화점, 동선, 클럽조도, 매장 동선

작년 8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서울 충무로 본점. 10, 20대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는 5층과 남성 의류를 판매하는 7층은 유독 어둡다. 자주 가는 클럽처럼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환한 곳에서 쇼핑하기 어색해하는 남자들을 다독여 주는 인테리어라는 설명이다.


롯폰기 힐스, 비너스 포트 등 일본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의 통로는 초저녁 하늘같이 어둡다고 한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도 고급 바처럼 어둡게 꾸민 길거리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무역센터점을 새 단장하면서 영캐주얼과 남성 의류 매장 조명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영캐주얼 매장 전구 비용만 3억 원이 들어갔다. 설치비까지 계산하면 5억 원을 훌쩍 넘는다.


통로와 상품진열대, 거울 앞 등 위치마다 밝기를 다르게 할 수 있도록 보조 조명을 늘렸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 배종호 차장은 “어두운 조명으로 도시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며 “고객들도 편안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동선은 ‘S라인’이 인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큰 원을 따라 걷습니다. 이런 보행 원리에 따라 매장 동선에 S라인을 도입했습니다.”(현대백화점 인테리어2팀 설상수 부장)


네모반듯한 백화점 매장 구성도 변하고 있다. 1980년대 ‘미로식’, 1990년대 네모반듯한 ‘바둑판식’ 매장에서 최근엔 ‘오솔길형’ 매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 매장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는 점에서 미로식과 바둑판식의 장점만 모았다는 게 백화점업계의 설명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파는 편집매장이 늘면서 이 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은 매장 자투리 공간마다 대나무 숲길 등을 설치해 오솔길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일부 매장에 동선을 따라 유리벽을 설치했다. ‘사람은 자신이 비치는 거울이나 유리 앞에서는 천천히 걷는다’는 속설을 활용한 것.


현대백화점 배 차장은 “숲 속 오솔길 콘셉트의 매장 구성이 늘고 있다”며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걸으며 갈라지는 길목마다 새로운 경치(매장)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감성 매장인 셈”이라고 말했다.